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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조우

Mindit 2015. 7. 11. 00:56

 무거운 듯 가벼운 착지음을 내며 방패를 든 여자가 시몬의 앞을 가로막았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시몬 D. 레드호크."

 신장 171cm. 두터운 경찰복에 가려저서 체구는 확실하지 않다. 허리에 찬 권총의 종류는 최신형 데저트 스톰. 그리고 도저히 무시하고 싶어도 무시할 수 없는 커다란 진압방패.

"누구지?"

"르뉘엘 경사. 대테러 전담부 '드란게타' 특별팀 소속의 경찰입니다. 그 중에서도 저는 특히,"

 르뉘엘은 쿵, 하는 소리를 내며 방패를 바닥에 찍은 후 미소를 지으면서 시몬을 바라보았다.

"혁명군 주력 핵심 위험인물 시몬 D. 가이아의 아들, 시몬 D. 레드호크. 당신을 전담하고 있습니다."

"……. 귀찮게 됐군."

 시몬을 전담한다는 말은 다시 말해서 시몬에 대해 많이 연구하고 그를 상대할 방법을 다 생각했기 때문에 시몬의 앞을 가로막았다는 말이다. 방패를 힐끗 바라보았다. 금속이 덧씌워진 플라스틱 재질. 저런 걸로 시몬의 주력병기인 총을 막으려고 했다가는 방패가 찢어진다. 아니, 다르다. 분명히 보통 방패를 들고 총과 싸우겠다고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드라그노프라면 또 모르겠지만 권총 정도는 유효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

"반드시 싸우자는 건 아닙니다."

 이미 싸울 준비를 끝마친 그 마당에 던져진 르뉘엘의 한 마디는, 순간적으로 시몬의 기세를 흩어놓았다.

"그럼?"

"이 자리에서 자수한다면 싸움은 피할 수 있겠죠."

"웃기지 마."

 농담임이 분명한 말이었지만 재미 없다.

"뭐, 좋습니다."

 르뉘엘은 과시하듯이 찍어놓은 방패를 치켜세웠다. 방패와 권총 이외의 장비는 보이지 않는다. 근접전에서는 방패만으로 싸우겠다는 소리인가?

"그렇다면 다시 정식으로 소개하죠. 르뉘엘 파바로체. 24세. 직급은 경사. 대테러 전담부 드란게타 특별팀 소속의 경찰입니다. 지금부터 당신을 체포하겠습니다."

"……?"

 어라.

"나보다 누나…예요?"

"……?"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 제가 연상은 맞습니다만."

"… 누나 맞나 보군요."

"……."

 지금까지의 상황에 전혀 맞지 않는 어색한 공기가 흐르기 시작했다.

"아니, 아니, 아니아니아니아니 뭐 하자는 겁니까?! 저는 당신의 누나입니다! 적이라니 이상한 소리를!"

 저는 당신의 누나?

"… 뭐라고요?"

 얼굴을 붉히며 방패 뒤로 숨은 르뉘엘은 가라앉은 시몬의 목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린 듯 보였다.

"네?"

"방금 '저는 당신의 누나입니다. 적이라니 이상한 소리를.' 이라고 했는데."

"……."

 어색한 공기가 한층 더 무거워졌다.

"마, 말 실수… 였습니다."

"아, 네……."

 웃기지도 않는 실수 탓에 민망한 꼴이 된 르뉘엘이 얼굴을 잔뜩 붉히면서 사과했고, 시몬은 수긍했지만 어색한 공기는 사라질 줄을 몰랐다.

"……."

"……."

 결국 정적을 깬 것은 르뉘엘이다.

"… 에, 에에에에에이!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겁니까! 당신은 범죄자고 저는 경찰! 당신은 저를, 아니. 저는 당신을 체포해야 하는 입장이라는 겁니다!"

 당황하니 생각보다는 웃긴 사람이군. 그렇게 중얼거리며 시몬은 권총을 꺼내들었다. 장난 치는 시간은 끝이다. 얼굴을 새빨갛게 하고 있던 르뉘엘도 이내 방패를 고쳐 들고는 눈빛을 바꿨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의미로, 무거운 공기가 흐르기 시작했다.

 온다.

 시험 삼아 세 발을 빠르게 갈겼다. 방패의 내구성은 의심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 놀라운 것은 방패보다도 그 사용자다. 체격도 제법 큰 편이지만 엄연히 여자고, 그 완력에는 한계가 있는 게 당연하다.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무거운 중장비인 방패를, 진압용조차 아닌 전투용으로 들고 왔다는 것은. 조금 더 깊게 생각했어야 했다.

 총을 막아내고도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달려든다. 적어도 주춤거리게는 할 줄 알았는데. 공격이 실패했으니 이제 공격에 대비할 차례. 순간적으로 몸을 아래로 숙였다. 방패 날이 머리 위를 스치고 지나간다. 오싹한 기운이 등골을 죽 훑고 지나갔다. 왼쪽으로 구른다. 방패가 내려꽂히고, 시몬은 몸을 튕겨 뒤로 날아가듯이 뛰어올랐다. 이미 그의 눈은 예의 과녁 모양으로 빛나고 있었다. 극한의 집중력으로, 허공에서 권총을 치켜든다. 방패는 이미 체중을 싣고 바닥에 꽂힌 상태. 회피 방법은 없다. 네 발. 공중에서 쏘아낸 뒤 착지하는 동시에, 그는 경악했다.

 체중을 잔뜩 실어서 내리꽂혔을 방패. 그 방패가, 시몬의 총구에서 총알이 뿜어져나오기도 전에, 이미 회수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지금의 방어는 가능할 리 없다. 르뉘엘은 뒤로 넘어지면서 총알 네 발을 모두 방패로 받아냈다. 혼란스럽다. 분명히 몸의 중심은 앞으로 완전히 쏠려 있었던 상태다. 바로 다음 순간 뒤로 넘어진다는 것은 그 찰나의 순간 체중 밸런스를 완전히 뒤집어버렸다는 말이다. 잠시 생각한다. 이런 짓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장비? 들어본 적도 없다. 결론은 하나다.

"체내의 중심 이동 기술을 완전히 타고났군요. 거기에 수련까지 했고."

"당신의 그 눈도 재미있는 재능이지만, 저도 나름 자랑할 만한 건 있습니다."

 한 눈에 파악하시다니, 역시 매의 눈이군요.

 서로 잠시 호흡을 고른 뒤, 다시 시작된다. 르뉘엘은 달려들고, 시몬은 회피하며 간간히 보이는 틈으로 총을 쏴 넣고, 르뉘엘은 잠시 물러나며 다시 방어하는 식이다. 근접전에서 '파괴되지 않는 방패' 라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는 유리함이다. 당장 이쪽은 넓은 면적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달아나야 하지만 저쪽은 방패를 세우기만 해도 공격 차단. 공격 가능한 범위 자체가 다르다. 시미터를 꺼내볼까 생각도 했지만 그것이야말로 저쪽이 바라는 시나리오다. 시몬은 총탄이 다 떨어져서 칼을 들고, 르뉘엘은 방패와 체중이동을 이용해 순식간에 제압한다. 인정할 부분은 인정해야 한다. 가까이 붙은 상황에서라면, 절대적인 공격범위의 유리함을 보장하는 방패와 무수한 변수를 만들 수 있는 중심이동기술을 갖춘 르뉘엘이 훨씬 유리하다. 그렇다면.

 임무는 또 실패겠군. 중얼거리며 허리춤에서 둥근 물체를 꺼내들었다. 물건의 정체를 알아차린 르뉘엘의 당황하는 눈동자가 보인다. 다시 달려든다. 지나치게 패턴이 단순하다. 왼손잡이. 시몬은 왼쪽으로, 즉 르뉘엘의 오른편으로 몸을 날린다. 순식간에 지나쳐간다ㅡ 라고 생각했으나. 아직 적을 과소평가한 모양이다. 그야말로 매처럼, 오른손이 순식간에 시몬을 잡아챈다. 왼주먹이 날아든다. 방패는? 그 짧은 순간에 던져 버린 모양이다. 시몬은 웃는다.

 방패는 사거리가 길지만, 이렇게 가까이서 이루어지는 공격은 막을 수 없다. 한 손으로는 수류탄을 르뉘엘의 안쪽으로 깊게 던져넣고 다른 손으로는 권총을 치켜든다.

 총성이 울린다. 주먹에 얻어맞으며 쏘는 탓에, 이토록 짧은 거리라도 빗나간 모양이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멱살을 잡은 구속은 약해진다. 권총의 자루로 힘껏 찍었다. 여자가 아니라 거한을 상대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의 괴력이 시몬의 멱살을 움켜쥐고 있었지만, 상황은 신체적 차이를 이긴다. 시몬은 풀려난다.

 두 번째 총알은 수류탄을 향해 발사한다. 수류탄이라고는 하지만 평범한 파편 수류탄이 아니라 화약을 잔뜩 넣은 위험한 물건으로, 무언가를 폭파시킨다는 것. 그것만이 목적이다. 맞았는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것보다 뒤로 몸을 날리는 것이 더 급하다.

 요란한 폭발음이 들리는 동시에 시몬은 달렸다. 그들이 싸우던 통로는 무너지기 시작한다. 르뉘엘은? 어떻게 될지 알 수는 없다. 적의 안위까지 걱정해줄 정도로 상냥한 인간은 아니다. 시몬은 정신없이 달린다. 임무 실패. 캐시, 레이의 놀림이 걱정되기는 하지만 당장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다.

 대(代) 드란게타 경찰 팀의 등장.

 그것이 중요하다.


-

 르뉘엘은 무너진 잔해를 헤치고 일어났다. 마지막 순간에 방패로 몸을 날려 몸을 지킨 것이 유효했다. 방패는 결국 중압을 이기지 못하고 망가졌지만 전투 중에 파손된 장비에 대한 책임은 일체 면제된다. 죄책감은 들지만 살아남는 게 중요한 상황이었다.

"후욱!"

 단숨에 힘을 모아 돌덩이로부터 빠져나온다. 진이 빠진 르뉘엘은 털썩 주저앉았다.

"역시 A급 위혐인물답군요. 첫 전투는 저의 패배입니다."

 짧게 중얼거리고는 다시 몸을 일으킨다. 이제 저쪽에서도 드란게타 특별팀에 대한 대책을 꾸리기 시작할 것이다. 그것은 큰 문제다.

 하지만 그보다 더욱 큰 문제는,

 그녀가 자리를 비운 동안 서류와 민원을 처리했을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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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미포 3120.